종이단 받쳐 애써 > 자유게시판

본문 바로가기
사이트 내 전체검색

게시판 및 자료실

> 게시판 > 자유게시판

유게시판

종이단 받쳐 애써

페이지 정보

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39,267회 작성일 18-08-24 01:59

본문

iOkkv2I.jpg

 

낡은 그림 속의 비밀

 

거기 길이 보인다는 것

혹은 흙먼지 긁은

 

바람소리 뿐이라는 것

그 깊은 비밀을 몰래 꼭 붙든 채

 

딱딱한 네모진 바닥에

종이단 받쳐 애써 참는 그림 속으로

 

잠시 들어가는 말 없는 午後

길 끝은 우거진 풀떨기에

묻혀 까맣게 숨어있다

 

이미 주인 없는 텅 빈 고향집

길 바깥의 눈물이 감자 몇 알 처럼

 

툇마루 밥상 위에 뒹굴고

뜻밖에 찾아 간 낯선 손님에

어리둥절한 바람이 서운하지가 않다

 

대추나무 열매처럼 오돌오돌 자라던

아이의 들판 가득 벼이삭을 흔들어대던

 

푸른빛 웃음소리, 하늘에 퍼진 울림 끝 자락만

붙들고 그림 속을 빠져나오는데

 

어느새 발뒤꿈치를 붙잡고 나온 아이는

비밀에 불을 지피는지

 

끓어오르는 물 알갱이들이

눈 밖으로 마구 쏟아진다

 

작은 원룸의 투명한 창살에 갇힌

낡은 그림 한 점,

댓글목록
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

그누보드5
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86 한국중독연구재단1층
TEL : 031-810-9251(~5) FAX : 031-810-9259
E-Mail : karfcenter@karf.or.kr
Copyright © karfcenter.or.kr. All rights reserved.
오늘
1,111
전체
1,018,127